[J네트워크] 전쟁범죄와 독재자
전쟁범죄는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개념이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포로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게 핵심인데, 전쟁 포로의 대우에 대한 제3차 제네바협약은 1929년에야 채택됐다.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재판을 통해 전쟁범죄의 개념이 확립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시 민간인 처우를 규정한 제4차 제네바협약도 전쟁 이후인 1949년에야 채택됐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전쟁범죄는 주로 2차 세계대전의 기억형으로 존재한다. 일본 정치인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을 일으킬 때 자주 거론된다. 전후 극동군사재판소는 ▶평화에 대한 죄(A급) ▶통례의 전쟁 범죄(B급) ▶비인도적 범죄(C급) 등으로 분류해 일제 전범을 단죄했다. 주로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한 각료와 고위 군사 지휘관들이 A급 전범이 됐다. 현대에 전쟁범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주로 제3세계 독재자가 많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에서 학살을 주도해 악명을 떨친 라도반 카라지치가 대표적이다. 2002년에는 집단 학살, 반인도적 범죄, 침략 범죄,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첫 상설 국제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만들어졌다. 서방에서는 전쟁 명분이 국내·외에서 전쟁범죄 논란을 일으켰다. 2003년 이라크전쟁 참전 진상을 조사해 2016년 공개된 영국의 ‘칠콧보고서’에는 “평화적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전 유족들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전쟁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행동이 이뤄지진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분의 취약성 외에 비인도적 행위로도 공분을 사고 있다. 키이우 외곽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이 현재까지 410구에 이른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어린이 292명을 포함 민간인 사상자가 3455명 발생한 것으로 최근 집계했다. 러시아 당국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전범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전쟁범죄 독재자 전쟁범죄 논란 전쟁범죄 혐의 전쟁 범죄